"세... 세상에.. 주..줄리아!!!!"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오르자  우리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여관만 불이 붙은 것이 아니였다.
마을 전체에 퍼진 붉은 불길은 어느새 마을 울타리까지 살라먹고 있었다.

스미스씨는 즉시 마을로 뛰어가려 했다.
"홀드!"
아버지는 간단하게 주문을 외우고 그를 멈춰세웠다.
"놔!!! 놔!!! 주줄리아!! 어서 날 놔줘!"
"얘야. 일단 넌 그를 돌봐라. 잠깐 마을에 가봐야 겠다."
난 이상한 기분에 아버지의 얼굴을 보았다.
처음 보는 얼굴, 평소의 온화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차갑게 굳어져 있었다. 그의 시선은
마을의 한복판을 주시한체 평소의 느린 움직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빠른 움직임으로 마을로
뛰어갔다.
뭐... 뭐지...
나는 의구심이 들었다. 저 사람이 나의 아버지 였나?

스미스 아저씨는 어느새 혼절해 서 있던 그 자리에 엎어졌다.
답답함에 우울함에 그 분함에 견디지 못한것같다.
그를 바라 보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엎어진 모습을 보고 일단 근처에 눕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는 작지만 건장한 축에 끼는 스미스 아저씨를 혼자서 들고 갈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혼절해 축 늘어져 더더욱 나가는 무게였다. 아버지 지팡이를 근처에 놓고
그를 어렵싸리 나무 아래까지 끌고가 눕혀 놓았다.
나무 그늘 아래에 눕혀 놓고 그를 바라 보았다. 고통에 찬 표정이였다.
이미 기절한 사람을 두고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고 그를 위해 빌어줄수 있는 신조차 나에겐 없었다.
힐을 해주려 했다가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정신적 타격을 받은 사람에게 외상 치료를 해서 무엇을 할까?
그저 나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하려는 욕심일 뿐.
"아저씨, 그냥 여기서 누워 있어요. 난 아버지 있는데 갔다올께요."
기절해 있는 사람에게 말해 봐야 들리지도 안겠지만...

눈이 시린 햇살은 어느새 검은 연기에 가려져 뿌옇게 보였다.
"뭐야 도데체....고작해야 백팩 밖에 없는데..."
마을에 들어간 듯 보이지 않는 아버지에게 푸념을 하며
그의 지팡일 들고 천천히 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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