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아버지 손에 잠시 운전 연습을 하다가 스스로 좌절하고 운전대 잡기 대신 기사를 고용하고 말겠다는 소심하고도 허황된 꿈을 품고 오너 드라이버의 꿈은 접었다.

그러다가, 이번 친구가 일본 간다고 선언했을때, 그의 다리 역할을 했던 "모닝"이 공중에 붕뜨는 모습을 옆에서 보았다. 전액 할부 처리를 한데다, 산지 1년도 안된 차인데다, LPG, 자동 트랜스미션이기 때문에 파는데는 무리가 없지만, 파는 작업이 그렇게 쉽지 만은 않을듯한 느낌에 선뜻 내가 사리라고 선언은 했다.

그러다가 피일 차일 뒤로 미루다, 결국 2주 전에 인수 확정을 선언했다.

중간에 좀 흔들리기는 했다. 어느정도는 인지하고 있지만 왠지 많이 손해 보면서 떠 안는 느낌(아마도 이 때문에 차주인 친구도 망설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인데다, 과거 한번 측면 사고도 있었다. 또 운전 한다는 사실이 20대 보다 더 심한 공포로 자리를 잡아서 솔직히 내 손으로 운전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도 별로였다. 뭐 하지만 이런 공포감 가득한 생각으로 계속 버티다가는 정말 사지 않게 되고 자칫 영원히 자동차라는 관계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공포에 져서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상황에 빠지지나 않을까 라는 생각.

어쨌던 망설이는 타이밍이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친구에게 인수하기로 선언을 했다.

그리고 그 주에 다른 친구의 아버지에게 조언을 들었다. 친구 아버님께서는 지금까지 계속 중고차 중계인업을 하시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다양한 경험들도 많으셨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차량 인수에 관련된 서류와 그에 관련된 조언들을 듣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친구에게 인수한 차량의 인수 단계를 차근히 되돌아 본다.


맨 처음은 보험 가입 이였다.

이 부분은 친구 아버님께서 도와주셨다. 중고차 중계업체 내에는 각 보험 쪽 사람이 상주해 있는데, 그 중 나름 괜찮고 저렴한 쪽에 속하는 보험 쪽으로 소개해주셨다. 그리고 중계거래 가격에 나름 리베이트 처리를 해주셨다. 이번에는 가족들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벌써 18년이 넘어가지만 나름 굴러가는 소나타2를 끄시고 동생님은 운전면허 취소 당하신 후 다시 따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만 일단 가입했다. 단 여친이 직접 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나를 포함한 +1인으로 추가적인 가입을 했다.

가격은 대략 70만원 조금 넘는 정도. 싸게 받았지만, 첫빵에 의외 큰돈이 쑥 나가는 바람에 마음이 조금 아프다. -_-;


그리고  나머지는 어제(2월26일)에 일괄 처리를 하자고 친구와 약속한 뒤 결행했다.

먼저 아침에 친구가 주차 문제로 인해 용인 쪽에다 주차해놓은 차를 서울로 가져왔다.

구청에서 업무 처리를 하기 때문에 구청 근처 공용 주차장에 주차했다. (여담이지만, 주차비가 2100원 떨어지던데, "어? 경차시네?" 하면서 1000원으로 떨궈지는 주차비에 조금 기뻤다.)

그리고 친구 아버님에게 받은 서류에 기입할 내용들을 적었다.

차대 번호와 번호판 번호. 나머지는 대부분 내 신원정보와 친구의 신원 정보였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적을 수 있었다. 각 양식지 내용을 채웠고, 제출했다. 처음에는 인감 증명서와 기타 등본 같은 서류, 그리고 도장 정도였는데, 증명서 계통의 자료들은 거의 되돌려 주었다. 사실 그런 부분은 대부분 전산 처리되는데 굳이 왜 끊어가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제시했고 그들은 서류 정리하다가 그 서류들을 보고는 다시 돌려주었다.

(아마도 짐작이지만, 대리인 - 중계인 -에게 업무 대행을 할 때 필요한 서류로 본다. 차 파는 사람이나, 차 사는 사람이나 본인들이 다 왔으니 간단하게 처리되는 듯 싶다.)

서류에 대한 이런 저런 검토와 처리가 끝나자 이번에는 이에 관련된 인지세를 납부해야 된다고 한다. 그 작업이 조금 웃기는 기분이 들었는데, 바로 옆옆 창구에서 먼저 이 서류에 대한 면세 관련된 처리 작업을 거친 뒤, 필요한 인지세 납부 증명을 한 후 좀 더 옆쪽에 있는 출장 은행인 하나 은행에 납부하고 인지를 받아야 와야 했다. 그냥 한자리에서 쭉 처리가 안되나 싶은 생각이다. 그냥 은행 쪽에가서 해당 인지만 사오세요 하면 될껄 왜 옆칸가서 별도 처리를 해야 하는건지... 뭐 그렇다고 복잡한 건 아니라서 그냥 탁 끊었다.

의외로 간단하게 명의이전 처리는 되었고, 내 이름으로 된 자동차 등록증 확보를 했다.


다음은 일단 주차한 차를 뺀 뒤, 여친네 아파트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이전에 내 주소지를 여친 집으로 했었는데, 그래서 내 자동차 등록증의 주소도 그 아파트로 되었다. 별 어려움은 없이 간단하게 되었다. 근데 조금 마음에 걸리는건 내가 거기에 살지않는데.. 라는 생각인데 뭐 어떻게 되겠지 라는 생각이다. 빼라고 하면 근처 공용 주차장으로 월 주차하면 되지, 라는 생각이다. 아 그리고 리모콘이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에 리모콘도 구매했다.


이제 남은건 할부 구매에 사용한 캐피탈 작업이였다.친구가 가입한 캐피탈이 현대 캐피탈이였다.

근데 애석하게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친구나 나나 둘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남은 시간에 대충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던 모양. 이게 차 자체가 할부 구매다 보니 차 자체에 근저당이 잡혀 있고, 내 신용 정보 조회에서 부터 수수료 문제까지 참으로 복잡 다단한 문제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처음 전화로 연락할 때 이놈의 연락은 쉽지 않았다. 전화 대기는 예사고 겨우 걸린 전화에 의외로 불친절한 느낌의 상담원은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일단 내 목소리가 좀 신경질 적이기도 했고, 요점을 자주 놓치는 부분도 있어 친구가 대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끌어낸 결과 다음과 같은 서류들을 요구했다.

전 차주 : 인감증명서 2통. 주민등록등록 1통. 인감 도장.

신 차주 : 인감증면서 2통. 주민등록등본 1통. 통장 사본. 면허증.

근데 내가 나이가 벌써 35살이 되면서 까지 인감 증명서를 만든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동사무소 가서 잽싸게 만들었다. 그리고 2통 만들고, 기왕 동사무서 가서 친구것도 마저 뽑았다. 그리고 캐피탈을 찾아 설렁 설렁 찾아갔다. 그리고 이런 저런 서류를 만드는데 얼래? 뭔놈의 서류가 그렇게 많고 복잡한지.

일단 내 신원 정보들을 이것 저것 쓰게 만들었다. 특히나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정보 공유 및 신용 정보 조회에 필요한 동의를 체크하라고 하는데 아.. 정말 짜증 났다. 이런 제 2 금융권에서 내 신용 정보  조회하면 할 수록 내 신용 평가의 하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인데 그것을 하라니...

확 신경질 나서 엄니에게 넘어간 내 적금 달라고 해서 원 큐로 다 상계시켜 버릴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이다. 그러다가 그냥 참고 넘어갔다. 일단 하는 건 하는 거다 라는 생각으로. 다 처리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다시 구청을 가야 한다고 한다. 이번에는 차량에게 잡힌 근저당 당사자를 친구에게서 나에게로 옮겨야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서류에 대한 권한은 구청이 갖기 때문에 구청에다 신청해야 한다고 한다.

진짜 털썩하고 싶은 기분.

다음에 이 짓을 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캐피탈 업무가 제일 먼저 수행했어야 되는 것이였다.

된장. 여튼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근저당에 대한 처리가 되면 자동차 등록 원본 갑부와 을부를 발급 받아 팩스로 보내달란다. 또 할부승계에 따른 수수료가 있는데, 내 신용으로는 2%라고 한다. 그래서 대략 20여만원의 돈을 내란다. 게다가, 처리가 늦어지면 늦어질 수록 수수료에 따른 이자처리가 들어간다고 한다. 진짜 화딱질 나서...

신용 하락 문제도 상당히 마음에 걸리는데, 이번에는 수수료까지...

무척 드럽고 짜증났지만 참고 씩씩 거리며 또 구청을 찾아갔다.

생각보다는 근저당 처리 하시는 여자분은 친절하게 하나씩 체크해주시면 서류를 간단하게 처리해주었다.

역시 마찬가지로 인지 관련해서 중간에 옆옆 창구에서 확인을 받고 우리은행헤서 인지를 사왔다.

몇가지 서류 정리만 하고 아주 깔끔하게 다 됬다고 하신다. 정말 다행.

그리고 다시 옆 자리에 있으신 아저씨한테 자동차 등록 원본 갑부, 을부를 신청서를 쓰고 발급받았다.

그것을 팩스로 보내고 끝.

마지막으로 수수료인 20여 만원을 송금했다. ( 그런데 2분 차이로 시간을 넘겼는데, 이거 이자를 더 청구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 마지막 까지 걸리는게 정말 짜증 )


결론은 참으로 드럽고 귀찮은 일이다.

사실 처음 해 보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일 수 있다. 어느 정도 익숙하면 그냥 혼자서 이런 저런 서류만 챙겨가기만 하고 일 순서 대로만 하면 한 큐에 끝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역시 남의 돈을 빌려 뭔가 하는 건 이래 저래 손해 인 것 같다. ( 할부 이자만 200만원 대인데 이런 저런 수수료 떼 먹는 것 까지 하면 이런 작업 1건으로 300~400 만원은 캐피탈이 먹는 것 같다. ) 아쉬운 사람이 지는 거라고,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역시 뭐든지 돈 있으면 모든게 깔끔하다고 생각한다.

차 라는게 도시생활자에게는 생활의 도구라기 보다는 사치품에 가깝기 때문에 돈 없으면 사지 말고, 현찰로 한큐로 살 수 있을때 사야 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이 빌어 먹을 할 부가 4년가깝게 남았으니, 그냥 이 차 망가질때 까지 몰다가 버리고, 새 차를 살 때 즈음에는 가급적 현찰로 산다. 돈 없어 못 사면 말고 -_-;;;;


이제 남은건 세금 납부나 기타 캐피탈 관련 서류 전달 때 애석하게도 여친네 집으로 날아갈 꺼 같은데 그런 자료 전송을 다시 우리 집 쪽으로 옮겨야 될 거 같다.

728x90

+ Recent posts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