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는 일 자체가 엔지니어일이다.

엔지니어는, 누군가가 제시한 문제를 분석하고, 파악한 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찾아 적절한 선에 제시하는 일을 한다. 이 말은 예전 후배가 있던 회사의 사장이 한말이다. 그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였으며 지금 나 또한 그 말에 절대적 동의를 한다.

그런데 이런 엔지니어의 작업을 계속 하려면, 끊임없는 지식 축적을 해야 한다. 더욱이 IT 같은 경우에는 그 기술이 너무도 다양하고 많기 때문에, 다른 직종 보다 더 다양한 공부와 연습 그리고 작업을 수행해야 뒤쳐지지 않는다. 더욱이 한순간 그 시점을 놓쳐 뒤에 서는 순간 더 이상 따라가기가 힘들다. 20대의 활발하게 움직이는 머리와, 어떠한 상황에서도 동작해주는 튼실한 몸을 가지고 있을 때는 그나마 따라가지만, 서서히 완고하게 굳어가는 머리와 조그만한 무리에도 바로 탈이 나는 30대의 상태에서는 쉬이 따라가기 힘들다.
그렇다고, 10대들의 시험 공부처럼 매일 매일 기술 학습에만 매달린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난 이렇게 생각한다.
언제나, 나 자신이 가진 지식은 아주 편협되고 작다고 생각한다. 대신 그만큼 주변의 다양한 것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호기심을 가지려고 한다. 그렇게 하나씩 호기심을 가지게 되면, 그 사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되고, 나름 그에 따르는 각종 지식을 경험하게 된다. 아마도 엔지어는 무한 학습에 대한 제약은 이렇게 풀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무한 호기심과 호기심에 대한 지나치게 집중을 하게되면, 정작 중요한 문제 풀이를 못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즉, 문제에 대한 호기심에 대한 비중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해서 적당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보자. 창호지로 만든 옛날식 문이 있다. 그런데, 창호지 즉 종이이다 보니, 개구장이 녀석이 창호지를 손가락으로 뚫어놨다고 하자. 창문인데, 구멍이 뚫리니 좀 보기 흉하고, 그렇다고 창호지 전체를 갈아버리기엔 귀찮고 할일도 많다. 그럴때 엔지니어라면?
철두 철미하게 그 문제점을 분석한 뒤 왜 구멍이 뚫렸나 분석해서 창호지위에 촘촘한 철망을 깔고, 그 위에 창호지를 바를까? 아니면 같은 재질의 창호지 구멍보다 조금 크게 해서 풀로 붙일까? 어떻게 보면 전자의 방법이 완벽하게 처리하여 좋을 수는 있다. 그런데, 실제 그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단순히 뚫린 구멍만 매꾸면 되지 않았을까?

만일 자신의 호기심에 대한 철처한 탐구와 분석을 시도한다면, 아마도 학자로 생각해도 무방하리라 본다. 스폰서가 있던 없던 그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엔지니어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주가 된다. 즉 엔지니어는 가급적 문제에 대한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그 주안점을 두고, 대신 개인적인 호기심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선에서 마무리를 지어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시간이나 돈이 허락된다면, 한번 즈음은 그 호기심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고, 그 프로젝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엔지니어가 모여 팀이 구성되었을 때, 한사람의 엔지니어로써, 적극적인 호기심을 가지면서도 그 문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풀 수 있도록 적절한 호기심의 깊이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1년전의 나는 아마도 무한 호기심에 허우적 대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그런 나의 모습에 대해 한걸음 뒤에 서서 관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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