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어느 날, 부서장을 통해 이야기는 들었다.

"이번 주 토요일 시간있냐? 이번에 회사 산행간다는데 참석할 수 있냐?"

사실 그 내용에 대해서 별 생각도 없었지만, 이번 주 토요일은 자동차 시내 연수 때문에

참석 불가로 전달 드렸다.


그러다 오늘 학원 강사의 도발에 혼자 흥분하다가, 문자를 받았다.

"명일 회사 관악생 등반 대회를 참석률 저조로 인하여 3/27(토)로 연기되었습니다."

즉 이번 주로 예정되었던 산행이 2주 후로 연기된 것.

그런데 앞에서처럼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에게 그 문자 메시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사장님께서 너희들이 운동이 부족하니 이런 행사를 통해 배려해주는 거야!"

라는 생각인가? 만일 그런 생각이라면 체력 보조비와 같은 훌륭한 제도는 배려가 될 수 없을까? 하다 못해 출근시간이나 퇴근 시간에 대한 나름대로 탄력성을 제공하여 운동을 할 수 있는 건 무리가 될려나?


"회사의 단합을 위해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산행을 하는 거야!"

라는 생각인가? 만일 그런 생각이라면, 일을 통한 단합이 아닌, 육체적인 활동을 통한 단합이 필요한건가? 군대 같은 시스템을 원하는 건가? 영업 사원과 같은 강한 정신력이 필요한 직업군이라면 매칭이 될 법도 하지만, 지식 산업과 같은 창조 계열 개발자들도 이런 활동이 필요한건가? 한국 IT의 개발자는 창조성 보다는 역시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한건가? 야근이나 밤샘을 위해?


가만히 생각해보니, "토" 요일이다. 즉 공식적인 휴무일.

"뭐 개발자들은 밤새도록 일도 하고, 월화수목금금금 도 하니, 하루즈음 그런 거 나쁘지 않아?"

라는 생각인가? 만일 그런 생각이면 어쩌다 하루 활동이니, 평상시 월화수목금금금에서도, 야근을 해도, 밤샘을 해도 추가 수당같은 거 없었으니, 이번에도 당연히 없는 거 아닐까?


도통 납득을 할 수 없다.

즉, 회사에서 주체하는 활동이니 닥치고 참석하시고, 같이 활동하라는 것이다.

아마도 8~90 년대 우리나라가 막 경제 좀 크고, 실업율 1% 대에 은행 예금 금리 8%를 육박하던 그 시절. 나름 풍족했던 그 시절이라면 맞는 것 같다. 사실 일하는 거에 비해 받는 금액도 크고, 혜택도 많았기 때문에 까이꺼 뭐 일요일 조금 더 나와서 일해도 상관은 없었다. 또 당시에는 제조업 공장에서의 막일이 아니고 나름 화이트 컬러 계통의 일하시는 분들은 요즘의 피말리는 경쟁과는 전혀 다르게 대우 받으면서 살았었다.


그런데, 요즘은?

자신의 개인적인 활동이나, 개발, 휴식들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특히나 노동 집약적이라기 보다는 지식 집약적인 작업을 통해 생산하는 개발자들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개인적인 휴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최소한 내 자신은 그렇다고 본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개인 보다 회사를 집중해서 바라 보라 하는 것만 같았다.

현재를 기준으로 하는 나에게 위의 문자 메시지는 이렇게 들렸다.

"돈 받아가는 주제에 좀 회사에 희생 좀 하시지? 꼬우면 회사 나가시고"

"충성을 하시고 돈 좀 더 받던지, 아니면 눈 밖에서 적당히 놀다가 나가든지"

"손바닥 비벼서 잘 해보든지, 아니면 대충 대충 회사 생활하다가, 적당히 나가든지."

이건 마치 강압적인 분위기에 선택을 하라는 것 같았다.



현재의 기분으로는 나가고 싶지도 않고 귀찮기만 하다.

사실 이런 고민 따위를 하는 것 자체가 우습기도 하다.

내 짧은 생각에는 좀 저런 괴이망칙하고 노친네 틱한 활동을 강요하기 보다,

현재 업무를 할 때 어떻게 하면 팀이 잘 협업할 수 있도록 하여, 현재의 생산성을 집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낳지 않을까? 그 후에 따로들 만나서 한잔들을 걸치든지, 노래를 뽑든지, 집에서 남편, 아내 만나서 서로를 아끼던지, 아이에게 신경을 쓰던지, 게임을 하던지 알아서들 하시고.

지식 집약적 산업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아직도 단체활동에 연연하는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갑갑할 뿐이다.


난 어떻게 할까?

그냥 씹고 그냥 말까?

아니면 손바닥 비벼가면서 회사에 희생하면서 살아갈까?


아! 모르겠다!


UPDATE :

예전에 한 선배와 위와 비슷한 시츄에이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그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 그러니까, 니네들이 맨날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듣는거야! 회사가 있어야 니들도 밥먹고 사는거지!.

좀 회사를 위해서 생각을 해야될 꺼 아냐? 그리고 그게 그렇게 힘든일이야?

잠깐 하면 되는거고, 너 자신에도 나쁜것도 아니잖아? 그 까이거 뭐 어렵다고 징징대!!"

맞는 말이긴 한데...

그럼 난 중세 시대 처럼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기사 같이 회사를 다녀야 되는건가?


UPDATE :

산 정상에 다 오르면 모든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완전 풀릴 것 처럼 말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난 그 모든 사람들 속에 포함되지는 않는것 같다.

산에 다 올라가도 스트레스는 안풀린다. 도로 내려가야 되서 되려 스트레스가 쌓인다.

더욱이 땀찬 옷으로 내려가서 서늘해진 공기를 맞는 기분은 최악이다.

또 그 상태로 집까지 돌아가는 것도 곤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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